엄마 친구분의 연주였다. 우선, 오십대 후반에 그런 어려운 곡들에 도전하고 소화해내신 것에서부터 감탄해버렸다. 엄마의 대학 때 친구분들이 총출동 하셨는데 엄마의 총평("얘, 쟤는 치매 안걸리겠다.")에 다들 깊이 공감하시는 듯.
문제의 곡들은:
스크리아빈 8개의 연습곡, 라흐마니노프 코렐리 테마에 의한 변주곡, 그리고 슈만의 사육제 작품 9.
스크리아빈 연습곡 의외로 굉장히 좋았다. (하긴, 소나타들도 좋긴 하다. 이름이 스트라빈스키랑 너무 비슷하다는 것이 거부감의 실체인 것이다.) 여기서 퀴즈.
* 다음 중 연습곡 중 3번의 별칭은?
1) 파리의 춤. 2) 애벌레의 춤. 3) 무당벌레의 춤. 4) 모기의 춤.
팜플렛에 적혀있는 것을 보고 엄마한테 문제를 냈는데 들어본 후에 맞추셨다!
연습곡 5번의 설명에는 '연주자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어려운 곡이나, ...'라고 써있었는데, 그게 몇 번이냐는 문제도 맞추셨다. 뭐, 이건 사실 피아노 연주에 대해서는 개뿔도 모르는 내가 봐도 뻔했지만. 그러나 그들의 악몽이 관중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달콤한 꿈이었다.
라흐마니노프와 코렐리는 딱 봐도 안어울리는 조합 같은데, 역시나 안어울렸다-.- (아니 사실 코렐리는 어쨌거나 좀 지루하... 라 폴리아를 그렇게도 좋아했던 때가 있었는데, 금방 질려버렷다.) 이 곡을 크라이슬러에게 헌정했다는데 아니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피아노곡을 헌정해서 어쩌자는건지--; 마지막으로 작곡한 피아노 독주곡이라고 한다.
슈만의 사육제(작품 9)도 무척 좋았다. 카니발을 묘사하는 21곡의 소품(각각 주제가 있는)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역시나 제일 어려워보이는 제일 마지막 곡이 제일 좋았다. 여기에서 다시 퀴즈.
* 다음 중 사육제 (작품 9)에 나오지 않는 활동은? (퀴즈 정답은 며칠 후에 댓글에서 확인하시길.)
1) 인사. 2) 산책. 3) 휴식. 4) 행진.
근데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은 워낙 잘 알려져 있고, 클라라에 대한 사랑을 묘사한 곡도 있긴 했지만, 슈만이 자신의 첫사랑을 묘사한 곡도 한 곡 껴 있었다. (내가 클라라라면 가만 안뒀을텐데ㅡㅡ) 게다가 파가니니에 대한 경의를 묘사한 곡도 있는 등, 제목은 카니발이지만 사실은 그냥 쓰고 싶은 것을 쓴 거 같다. 실제로, 카니발의 그 광란의 분위기를 제대로 묘사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생각이...
끝나고는 엄마가 친구분들과 어울리시는 동안 나는 예당 앞에 있는 음악 분수(거의 일년 만에 보는-)를 한참 구경했다. (아쉽게도, 그 흔한 엄친아 한 명 없었다.)
아무튼, 연주회 잘 갔다 왔다 :D (앗 그러고보니 쓰는 것을 까먹었는데, 저녁으로 예당 앞에 있는 백년옥이라는 음식점에서 순두부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 by jumin | 2009/09/12 1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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