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발생생물학 교양서.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누구나 어렴풋이 받았을 발생과 진화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증거를 들어 설명해주는 책. 이 막연하긴 하지만 전혀 비논리적이지는 않은 느낌에의 연구가 최근에야 시작된 분야라니. 그동안 과학자들이 환원주의에 물들었던 탓도 있을테지만, 그보다는 역시 실험과 관찰 기술의 발달, 그에 따른 각 세부분야의 발달이 결정적인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충분히 재미있었는데, 저자에게 미안하게도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저자가 인용한 (그리고 책의 본문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
하루에 백 번쯤, 나는 내 내적인 삶과 외적인 삶 모두가 살았거나 죽은 다른 사람들의 노동 위에 구축된 것임을 스스로에게 환기시킨다. 그리고 내가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는 것을 그대로 돌려주려면 전력을 다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사람의 뇌가 상당히 단순하여 우리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라면, 거꾸로 우리는 너무나 단순한 존재들이라 그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에머슨 퓨 (IBM의 컴퓨터 과학자)
굉장히 재미있었던 (그리고 책의 본문을 이루는) 사실들:
1. 전혀 다른 동물들이 똑같은 유전자('툴킷')로 이루어졌으며, 그것들이 '맥락'에 따라 발현된다는 것. 이를테면, *쥐*의 눈발생을 통제하는 유전자를 *파리*의 날개, 다리 등에 발현되도록 조작하면 그 부분에 *파리*의 눈조직이 유도되는데, 그것은 동일한 툴킷 유전자들이 서로 다른 동물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스위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스위치를 켜고 끄는 조합이 굉장히 많다.)
2. 전혀 다른 신체 구조의 기원이 같다는 것. 예를 들어, 갑각류의 아가미, 곤충류의 날개, 거미류의 폐서, 기관, 방적돌기가 선조 절지동물의 아가미에서 동일한 툴킷 단백질이 발현된다. 말하자면, 이 단백질에는 아가미, 날개, 방적돌기 등등 어느 것이든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는데, 그 잠재력을 발휘시키는 것이 바로 그 생물이 처한 환경이다. 그리고 다시, 서로 다른 곤충의 서로 다른 날개(구조 뿐 아니라 무늬도)는 유전자 스위치의 변화에 의해 전문화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동물들이 '모듈식' 구성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한 부분의 돌연변이가 다른 부분의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다.
3. 자연 선택이 일어난다는 것. (놀랍기도 하지!!)
3.1. 다른 종의 나비라도 지역이 같은 경우(즉, 포식자가 같다) 무늬가 매우 비슷하고, 같은 종이라도 지역이 다르면 무늬도 다르다.
3.2. 온도에 따라 무늬가 다른 나비 종에서 고온/저온의 무늬가 각각 뚜렷한 것들끼리 교배를 시키는 '인위 선택'이 20세대를 넘어가자 온도에 무관하게 고온/저온에서 나타나는 무늬를 지니는 개체군이 형성되었다.
# by jumin | 2009/08/30 15:51 |
트랙백 |
덧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