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 Disposable People (Bales)
사실 이 책을 소개하려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한거다. 한국에는 '재활용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어떻게 사람을 재활용 한다고 생각했을까-_-;) 일회용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으나, 작년 여름에 찾아본 모든 인터넷 서점에서 절판이었다. 2000년도에 나온 책인데, 내가 읽은 것은 그동안 (이 책의 영향으로) 개선된 점들에 대해 써있는 서문을 포함하여 출간된 2004년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존재조차 모르는, 혹은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현대판 노예와 전통적인 노예에 대한 비교로부터 시작하여 태국, 마우리타니아, 브라질, 파키스탄, 그리고 인도에 "실재하는" 노예들의 실상을 보고한다. 저임금, 열악한 근무 환경, 어린이 노동, 죄수 노동 등과는 명백히 차별되는 "노예"와 그들을 낳은, 혹은 그 상태를 악화시킨 세계화, 그에 대항하는 움직임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일들에 대해.
옥의 티라면, 역시 서양의 학자가 서구 세계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서, 자칫 오리엔탈리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 좀 불편하다.
베일스는 Free The Slave라는 비영리단체의 장이고, 아래는 위 인터넷 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Top 10 Facts About Modern Slavery를 번역한 것. (더 알고 싶은 사람들/내 번역을 못믿는 사람들은 위 사이트를 직접 방문할 것.)
* 노예(제): 폭력 행사의 위협하에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하기를 강요당하며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
* 현재 세계에는 약 2700만명의 노예들이 있다.
* 노예 제도는 모든 곳에서 불법이지만 어느 곳에서나 일어난다.
* 노예들은 대부분 인도와 아프리카의 나라들에서 발견된다.
* 매년 적어도 14500명의 노예들이 미국으로 팔린다.
* 노예들은 농장, 성매매업소, 가정, 광산, 음식점 등 노예주들의 탐욕을 채울 수 있는 곳 어디에서나 일한다.
* 인신매매는 현대판 노예 매매다.
* 노예들의 평균 몸값은 90달러다.
* 노예주들은 '노예'라는 말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어휘를 동원한다: debt bondage, bonded labor, attached labor, restavec, forced labor, indentured servitude, and human trafficking.
* 25년 안에 노예를 없애는 것이 가능하다. 모든 사람들이 할 일이 있다- 정부, 기업, 세계적인 단체들, 소비자들, "당신".
2.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Sacks)
내가 최근 몇 개월 간 읽은 책들 중 가장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 문장 자체가 몇 개월 전 쓴 건데, 이 생각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인문학자도, 생물학자도 아닌 (임상)신경학자neurologist가 그의 환자들에 대해 쓴 이 책은 읽는 내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원래는 좀 더 길게 쓸 생각이었지만, 간단히 소개만 하겠다. 내 의견이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어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사물의 추상적인 형상은 볼 수 있지만 그것의 '이야기'를 읽을 수는 없는 음악 교사의 이야기다. 이를테면, 꽃을 '꽃'이 아니라, 노란색의 타원이 겹쳐져 있는 것에 녹색의 막대기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인지하는 식이다.
* The Lost Mariner/A Matter of Identity
앞쪽의 것은 영화 '메멘토'로 유명해진 심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다. 몇 분만 지나면 전부 잊어버리는 탓에 1945년 이후의 기억이 전혀 없는. 뒤쪽의 것은 그 기억상실증이 진행되는 과정에 있는 남자의 이야긴데, 이 남자는 잃은 기억, 사라져버린 삶을 대체할 새로운 기억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 The Disembodied Lady
몸자아body-ego, propreoception를 잃어버린 여자의 이야기. ('I feel my body is blind and deaf to itself...it has no sense of itself') 우리는 의식하지 않은 채 걷고, 먹지만, 그녀는, 예를 들면, 눈으로 발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그것을 걷는 상태에 맞추지 않으면 걷지 못한다.
* The President's Speech
언어를 잃은 사람들(실어증 환자)과 언어 외의 표현을 잃은 여자의 이야기.
* Witty Ticcy Ray
Tourette's syndrome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
* Yes, Father-Sister
뇌종양(At craniotomy there was found a huge carcinoma involving the orbitofrontal aspects of both frontal lobes)을 앓은 후 어떤 것이든 상관이 없어져버린 여자의 이야기.
* The Twins (idiots savants)
수에 대한 감각이 믿기 어려울만큼 고도로 발달한 자폐아 쌍둥이 이야기.
3. Elementary Particles (Houellebeque)
소립자 물리학과는 아무 관계 없다--; 제목 때문에 읽은 것은 아니고 ㅌㅇ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라서 읽어본거다. 읽은 지 너무 오래 된 데다, 책을 다른이에게 보내버려서 사실 감상을 쓰기에도 자신이 없지만ㅡㅡ 아무래도 소개는 하고 싶어서.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한 리뷰를 두 편이나 읽었었었다. 하나는 김연수 작가가 쓴 것이었고, 다른 것은 기억이 안난다.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무지하게 어렵지만 한국에서 팔리기는 더 어려울 거라고 거듭거듭 생각하면서 읽었던터라-원래 프랑스어로 된 소설을 나는 영어 번역으로 읽었다- 더 반가웠다.)
우선, 이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다. 내가 코엘료나 사라마구(는 한 권 밖에 안읽었지만)에 실망했던 점은, 무엇보다도, 인물에 대한 관습적 설정들과 주제를 이루는 뻔한 교훈들이었다. 그에 반해, 이 소설은, 이런 소설은 이 책 뿐이다. (ㅌㅇ의 말에 따르면 이 작가의 작품들이 다 비슷하다고 하지만 난 다른 것을 읽을 계획은 없어서 이렇게 단언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장은 압권이다. 읽는 내내 작가가,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최소한, 그래 니가 이겼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덤으로, 다른 훌륭한 소설들처럼 무엇이 우리를 살아내게 만드는가를 끊임없이 (우울하게) 묻게 만든다.
그리고, 다른 훌륭한 소설들과는 달리, 정답은 아니라도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울한 것이므로) 대안을 제시한다.
4. Predicably Irrational (Ariely)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행동경제학 책. (쓰기가 귀찮아졌...)
영화 (스포일러 있음)
1. Doubt
이것도 너무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떠올랐던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느낌들이라도 더 까먹기전에 써두려고 한다.
* 교장실에서 신부와 교장의 권력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과 신부와 교장의, 대조되는 분위기의 식사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진보는, 많은 경우에 가진 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것을 새삼 상기시키는. 체제에 더 복종해야 간신히 권력 한 조각을 나눠받을 수 있는 약자들 중의 상대적 강자-약자들을 이끌 수도 있었을, 체제를 변화시킬 수도 있었을-가 오히려 더 보수적인 것은, 불행히도 늘 있어왔던 일.
* 민주화 운동에서 끝까지 남았던 이들은 앞에서 이끌었던 이들이 아니라 확신이 없었던 이들이라며, 자기 성찰을 강조했던 신영복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 그러나 사실 성직자들이란, "믿음"이 전부인 이들이 아니었던가. 신을 믿는, 혹은 믿지 않는 것은 가능할까.
* 영화에 굉장히 몰입해서 봤는데, 그야말로 연극적이었던 마지막 장면에서 좀 이질감이 들었다.
2. The Reader
* 모파상의 단편 '목걸이'가 생각났다. 친구에게 빌려서라도 예쁜 목걸이를 하고 싶었던 허영심과 그것을 잃어버리고 솔직히 고백하지 못했던 용기없음에 대한 대가로 평생을 지불해야했던. (소설을 안읽었고, 안읽을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뼈빠지게 일해 친구에게 대신 줄 목걸이를 사는데 썼던 빚을 다 갚고 우연히 친구를 만나서 그 사실을 고백하는데- '세상에! 그 목걸이는 모조품이었어!')
무지를, 부주의를 고백하지 못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지.
* '성실히 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인지하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동진 기자의 리뷰에 있는 문장)라고 말하지만, 그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무지가 연민의 대상이 될지언정 면죄부의 이유가 될 수 없다면', 그래서 (아마 대부분 동의하듯이) 한나가 유죄라면, 세계화에 의해 가속되는 얼굴과 이름이 없는 추상화된 증오, 폭력, 착취에 대해, 우리 모두 유죄다.
* 새삼, 좋은 작품은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는 것.
3. Gran Tor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