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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S Bank
며칠 전에도 잠깐 썼듯이, 직업(..2년짜리 계약직이지만)을 가지게 되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어 이제는 꽁짜로 은행을 이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더이상 지금 거래(!)하는 은행을 굳이 이용할 이유가 없어 고민하던 참이었고, 그러던 중 GLS Bank를 알게 되어 홈페이지를 좀 들여다보았다.

GLS Bank의 장점이라면, 그냥 평범한 은행 계좌를 터도 내 돈이 어디에 투자될 것인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택항들은 쏙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채 나쁜 짓 하게 되는 것보다는 낫겠지. 나열해보자면, 유기농과“지속가능함”을 추구하는 기업들, 꽁짜(...는아무래도 꽁짜라고 써야 꽁짜같다.) 학교와 유치원 (근데 이건 어떻게 '투자'를 한다는 거지?), 장애인 편의 수단, 노인 복지, 주거, 재생 가능에너지, 생태적 농업, 문화, 건강, (지속가능한)건축. 마뜩찮은 이유는, 다 좋은 것들이긴 한데 "지속 가능성"은 내 우선순위에서는 아직까지는 약간 밀리는 가치이고, 아무래도 독일의 사회 문제는 내 일이라는 생각이 안들어서. 저 중에 그래도 우선순위를 정하라면 재생 가능 에너지와 지속가능한 기업 정도가 되겠다.

그리고, 투자를 할 수 있는 펀드가 있다. 여러 개 있는데 내가 관심있는 것은, 최근에 새로 생긴 듯한 공정무역펀드. 이건 GLS Bank랑 KD-Bank(교회와 부제-카톨릭 교회에서 사제 밑의 계급-를 위한 은행이라고 써있고, 홈페이지에 십자가가 떡하니 떠 있어 이게 뭔가 싶었는데, 개요를 읽어보니 인권과 공정함의 가치를 믿는다고 써 있긴 한데, 종업원들이 사적으로도 교회에서 영적인 삶을 산다는 것도 적혀있다... 여긴 무조건 제껴야겠다.), Union Investment (투자 은행), Brot fuer die Welt(...이름만으로도 명백하리라 생각한다. "세상을 위한 빵", 빈곤 문제 해결, 장애인의 권리,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란다), SUEDWIND-Institut(경제와 세계교회주의를 위한 기관, 이름은 이상하지만 개요를 읽어보니 괜찮은 것 같다.), imug(윤리적, 사회적, 생태적인 잣대로 일을 하는 컨설팅 회사)가 함께 하는 펀드이다. Brot fuer die Welt가 일관성 있고, 투명한 윤리적 기준을 만들고, imug이 분석을 해서, Union Investment가 경제적 효과와 가능성 등등을 고려하여 투자처를 추려낸다. (...은행들은 고객들만 빌려주는 건가? ㅡㅡ) GLS 은행의 고객은 손해를 입을 가능성을 알고서 투자처를 정하게 된다. 그런데, 투자 추천 기간이 무려 10년이다. 그러니까 무엇보다도 10년간 놀릴 돈이 있는 사람이나 하는 투자인 것이다. (내 생각에, 이거 독일에선 잘 안될 것 같다. 내가 독일 사람들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독일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 사람들보다 집을 사는 것에 대한 집착도 약하고, 목돈을 모으는 것에 대한 관심도 적은 것 같다.) 그래서 이건 패스.

당연히 적금 같은 것도 있는데, 이것도 최단 기간이 4년. 단기 계약직이라든지 언제 잘릴 지 모르는 비정규직은 정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구나. 역시 이게 먼저인가.
by jumin | 2010/09/25 11:24 | 트랙백 | 덧글(7)
사회적 은행
http://www.zeit.de/2010/32/F-Social-Banking
http://www.economy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3

두번째로 링크를 걸어둔 이코노미 인사이트를 통해 알게 되어 첫번째 링크(Die Zeit)에서 찾아 읽었다. (두 번째 링크는 인터넷 무료 회원 가입을 하면 읽을 수 있다.)

평소에 관심이 있던 주제라서. 어차피 은행을 바꿀 생각인데 GLS방크(독일의 제일 큰 "유기농" 은행)가 후보 중 하나이기도 하고.
기사를 한줄로 요약하자면, 독일의 사회적 은행이 최근에 급성장했는데, 규모도 작은데다 사회적 순기능을 따지면서 이익을 원하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겠느냐 머 이런 회의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디 차이트의 논조가 워낙 좀 그런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완전 뻔한 얘기이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사회적 기업"의 핵심을 날카롭게 꼬집었다고 할 수 있다. 디차이트가 지적한 것-이득과 "윤리"의 균형, 혹은 조화; 조화가 좀 더 이상적이겠지만, 나는, 그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은 사실 어느 사회적 기업에든 적용되는 것이긴 하지만, 인간은 직접적으로 '돈'이 들어가면 민감해진다는 연구가 있어서, 은행의 경우엔, 균형을 맞추기가 좀 더 힘들 것 같다.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였던가, 어떤 과제를 수행해야하는 두 그룹의 피험자들 중, 한 그룹에 끊임없이 돈을 상기시키는 영상, 소리 등을 주입했더니, 과제를 혼자 수행하고, 보상을 독차지하는 등, "이기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냥 생각해 봐도, 같은 금전적 "손실"이라도, 공정 무역 상품이나 유기농 상품에 돈을 더 지불하는 것은 은행에서 더 적은 이자(내 예금으로 한 투자로부터 나오는)나 투자에서의 손해를 감수하는 것보다 훨씬 정당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위험 부담을 생각한다면...)

그러나, 금융 시장이 얼마나 커져버렸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이 미친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도 있는 바로 그곳에서 '사회적 은행'이 정말 성공할 수만 있다면, 아직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을 것이다.

by jumin | 2010/09/15 22:45 | 트랙백 | 덧글(1)
하루키
고등학교 때 상실의 시대를 읽고 대실망 한 이후 하루키는 쳐다도 보지 않았었다. 당시 나는, 하루키의 소설은 밑줄 칠 문장이 가끔 나올 뿐인,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성애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너무 어렸고, 지나치게 진지했다.

이번에 (부모님) 집에 와서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책상에서 하루키 책 다섯 권을 발견했다. 저번에 엄마가, 반디앤루니스 이벤트에 내가 당첨되어서 (난 응모한 적도 없는 것 같은데-.-) 그쪽에서 보내줬다고 하셨을 때, 난 안읽을 것 같으니 아무나 나눠주라고 했었는데 줄 사람이 없었거나 잊으셨던 모양이었다.

며칠 눈길도 안주다가 심심풀이로 단편 걸작선을 아무데나 펼쳐 읽기 시작했다. 어딘가 카버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들 속에는 삶이 응축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오, 단편은 좀 쓰는군. 그래 역시 그런 쿨한 스타일은 단편에 어울리는 법이지.')

그리고, 오늘 읽은 ("'상실의 시대'의 완결편이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는 카피가 표지의 겉지에 큼직하게 박혀 있는)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이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그리고- 그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속을 살아내는 방법은, 묻어두는 것. 받아들이는 것.
정의와 행복은 진정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아슬아슬하다.
(...하루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의외로 많은 작가였다. 다시봤다. )
by jumin | 2010/09/15 21:32 | 트랙백 | 덧글(0)
기성 세대와의 충돌.

어제 사촌언니/형부 내외랑 사촌오빠/새언니 내외랑 부모님이랑 저녁을 먹었다. 정치 얘기는 집에서 안하도록 조심하고 있었는데도 결국 말이 나왔다. 시작은 아직도 대부분의 회사들에서 여자들은 아주 특출나지 않은 이상, 남자들보다 입사 시험 성적이 더 좋아도 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는데, 항상 나오는 레퍼토리, '요즘 젊은 애들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허황된 말들만 보고 들어서 아무것도 모른다'로 끝났다. 아빠가 드신 예가 쇠고기 관련이었기 때문에 ('그때 데모하던 애들 다들 후회하고 있고 지금은 미국산 쇠고기 너무나 잘 먹는다') 나는 아빠의 주장 자체도 보수 언론의 조작이었음을 얘기하려고 했다. (한심해하는 헛웃음만 돌아왔다.) 어차피 안믿으실 거, 그런 얘기를 하기보다 나는 그런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대체로 보지 않으며 (...딴지일보는 열심히 보는 편이지만), 한국기자협회가 주관, 한길리서치가 기자들을 상대로 수행한 신뢰도 조사 1위의 신문만 보고 판단한다고, 그리고 작년에도 말씀하셨던 광우병 관련 PD수첩 보도의 명예훼손 고소는 법원에서 무죄로 판결났다고 좀 더 명확한 근거를 들어 말했으면 나았을라나? (나는 신뢰도 1위의 신문을 보면서도 끊임없이 의심하는데, 그분들은-아빠만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40대 초중반일 뿐인 사촌언니 내외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은 '진실'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셨다.)

저녁을 먹기 전에는 사촌언니랑 엄마랑 대화를 할 시간이 좀 있었는데, 그 때 주제 중 하나는 (사촌언니의) 중학생 아들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지였다. 언니가 요즘 학부모로서 학교 운영위원을 하는데, 일이 너무나 많은데다 (급식 당번, 등하교 지도 등등) 학교에 돈도 많이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대신, 선생님들은 교장 선생님부터 담당 과목 교사들까지 내 오촌 조카에 각별히 신경을 써주고,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을 뽑아 보낼 일이 있을 때 우선적으로 기회를 준단다. 또 웃긴 것은, 언니 아들이 1학년이라 회의에서도 언니는 아무 말 못하고 3학년 학생 학부모들이 결정하는대로 따른단다. 언니는 정말 하기 싫은데 학교에서 시키기도 했고 (내 조카가 초등학교 어린이 회장이었다), 무엇보다 하는 것이 아들에게 도움이 되니까 하지만, 하려고 하는 엄마들이 줄을 섰다고. 난 정말이지, 우리 나라의 중고등학교가 아직도 이렇게까지 후진적인 줄 몰랐다. 학부모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 하며, 그 경제적 지원을 당연시하는 것 하며, 그에 따라 애들을 차별대우 하는 것 하며, 정말, 다 사라진 줄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당원 중에 본/쾰른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사는 부부가 있는데, 무지무지 예쁜 딸이 하나 있다. 그분들은 말하기를,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키울 일도 걱정되지 않는단다. 혼자가 아니므로. 언제나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므로.   

그렇지만 나는 두렵다. 고작 일 주일, 그것도 놀면서 있으면서도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이 참 많았는데- 결국, 돌아올 수 없을까봐.

by jumin | 2010/09/15 20:04 | 트랙백 | 덧글(0)
독일어 수업 + SUSY 2010
오늘로 약 3주간 계속된 수업이 드디어 끝났다. 내가 들어가고자 몸부림쳤던 B2+ 입학 테스트는 통과했지만V 사람 수가 모자라서 수업 자체가 폐지되고, 대신 C1반에 낑겨 들었었다.
독일어는 썩 는 것 같지 않지만-.- 나름대로 배운 점이 많다. 이를테면, 이렇게 지진아(그것도 나이는 제일 많은)ㅡㅡ의 입장에 서 본 것이 처음이어서... 7명 중 나랑 경제학 전공한 러시아애, 그리고 독문학 전공하는 이탈리아애 (얘는 교환 학생으로 와 있는 박사 과정 1년차)만 빼고는 다들 독일어 시험을 통과해서 학교에서 독일어로 수업을 이미 듣고 있는 상태였다.

'교육'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기 좋은 환경이었던 것이, 이렇게 수준이 약간씩 다른 애들이 모여 있는 반에, 월/화, 수(조교가 진행한 연습 시간), 목/금 선생님이 각각 달랐다. 우리 반에서 제일 적극적이고, 제일 말많은 애는 법학을 전공하는 중국애(헤어Herr 리)였는데, 얘는 법학을 공부한다는 이유만으로 첫날부터 목/금 선생님의 사랑을 받았다. ('와... 법학을 한다고? 우리 딸도 법학하는데!') 이 선생님과 얘는 죽이 맞아서, '법학 학생들은 공부를 늘 열심히 한다'라거나 '역시 법학자라 그런지 그런지 뭘 시켜도 빠르다'는, (지겹지도 않은지) 수업마다 한 번씩은 나오는 레퍼토리였다. 아무튼, 얘는 목/금 수업에서 선생님의 질문마다 일등으로 대답했고, 그래서였는지 선생님도 (특히 좀 어려운 과제가 있으면) 얘를 우선으로 시켰다. 반면, 월/화 선생님과 얘는 약간 삐걱거렸다. 이 선생님은 열정적이고 (아마도)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었는데 이 중국애가 좀 거슬렸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얘가 싫었던 게, 예를 들면, 내가 아는 걸 길게 설명해주는 거였는데, 이 선생님도 그런 게 싫었을래나...?) 아무튼, 선생님은 이 중국애가 시키는 과제가 아닌 것을 하면 주의를 줬고, 자연히 얘는 수업에 소극적이 되어 갔다. 이 변화는 서서히 진행되었지만,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분명, 눈에 띄는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결국 오늘 수업 반을 째고 나왔다. (오늘은 목요일.) 또 새삼 헤어 리의 빠른 과제 속도에 감탄하시며(이건 헤어 리에게 과제를 빨리 주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애들에게 주는 프린트물은 한참 다시 정리를 하시느라...) 발표를 시키시는 것을 보고는 정말 지겹다, 이제 그만.이라는 생각만 내내 들었다. 결국 선생님이 꼴도 보기 싫어졌다. (내가 봐도... 이렇게 유치찬란할수가!! 그래서 약간 더 변명을 하자면 옆에 앉은 이탈리아애는 첫날부터 내내 끊임없이 물어보는데 ('우리 지금 뭐해야돼?' '선생님이 뭐래?' '이 단어 뜻이 뭐야?' 등등...) 귀찮아서 미칠 것 같았다ㅡㅡ )

나야 이미 다 큰 어른이고:$, 독일어를 배운다는 분명한 목표도 있었고, 월/화/수 선생님은 괜찮았기 때문에 그나마 오늘까지 버틴거다. 그렇지만 애들에게 -아무런 외부의 긍정적 자극 없이- 꾹 참고 열심히 수업을 듣고 열심히 공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른에게 초인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초인적이고 희생적인 노력 없이도 다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나는 국민학교(!)에서 늘 주목받고, 사랑받는 쪽이었기 때문에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그게 내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느지에 오히려 무심했다. 집에서는 공부하란 소리를 전혀 듣지 않는 쪽이었기 때문에 그냥 내가 똑똑해서 소위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정말이지, 독일어 수업을 들으면서 느꼈다. 사실, 처음 조건은 비슷했을 것이다- 국민학교 1학년짜리들이 똑똑해봐야 뭐 얼마나 달랐겠어ㅡㅡ 그 처음의 아주 작은 차이(이건 학생 자체보다는 외부의 조건의 영향일 수도 있다)가 선생님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에 차이를 만들고, 그것이 다시 수업을 받는 자세로, 더더욱 관심을 받는 정도로, 성적으로 돌아온다.

아주 이상적으로는, 선생님이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똑같이 사랑과 관심을 쏟는 것이겠지만- 당연히 선생님도 사람이고, 호불호의 감정이 있고, 에너지가 제한되어 있다. 아마 차선책은 관심을 쏟아줄 대상이 필요한 사람과 관심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텐데, 이것도 여러가지로 다시, 감정을 가진 인간들이기 때문에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여기까지만 쓸라다가 본업 얘기도 쫌 써야될 것 같아서ㅡㅡ
요즘 본에서는 SUSY2010 학회가 열리는 중이다. SUSY는 우리 분야에서는 거의 제일 큰 학회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독일어 수업 때문에 오전 세미나들은 띵겨먹고 (플랑크랑 겹치는 톡도 많았고--) parallel session만 들어갔는데 재미있는 톡은 별로 없었다-_- 그래도 오늘 한 이 년 쯤 전 같이 일하자!라고 했다 흐지부지 되고 연락이 끊겼다 오랜만에 만난 질이랑 옆에 앉은 아린담이 같이 일하자고 해서 기뻤다 :$ (아린담과의 디스커션을 빙자한 수다도 즐거웠다.) 졸업 준비다 뭐다 너무 한참 일을 안해서 감을 잃어버릴 지경이고, 그래서 사실 일하고 싶긴 하지만 (졸업 시험 치기 전날부터 이런 기분이 들었었다 ㅎㅎ) 9월엔 누가 뭐래도 놀거다!!!
by jumin | 2010/08/27 06:51 | 트랙백 | 덧글(2)
금발이 너무해
졸업 시헙을 앞두고 쓰다 말았던 것 마저 써야지-------------------


시험 앞두고 딴짓하기(...머 아직 한참 남았으니까)의 일환으로 지난 주말에는 옆에서 공부하고 있는 남자친구 옆에서 저 영화를 봤다. 독일어 공부하는거야, 라고 중얼거리면서.

어렸을 때 봤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깨달음(!)이 밀려왔다. 그때는 완전 말도 안되는 스토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과연 엘은 성공할만 했다. (그러나 옛친구들과 지속되는 우정이나 부모의 뒤늦은 인정은 역시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일단 어디에서건 자기 할 말은 하는 당당함이 있었고, 주위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사랑스러움이 있었다. 당연히 굉장한 운도 있었고. 셋 다 누구나 갖추지는 못한, 그러면서도 (특히 변호사로서) 성공에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덤으로 비뚤어진 자존심이나 지나친 자의식에서 오는 모난 구석이 없었고,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미모와 돈이 있었다. 머 나는 성공해본 경험이 없으니 그냥 짐작하는 거긴 하지만...-.- (반면, 지식이라든지 논리력은 기본만 갖추는 것으로도 대략 충분한 것 같다.)
by jumin | 2010/08/09 01:06 | 트랙백 | 덧글(1)
폼페이 유적지
부모님이 일주일 정도 놀러오셔서 모시고 이탈리아에 갔다 왔다. 로마에서 머무르면서 '자전거 나라'라는 아주 훌륭한 가이드 여행사를 통해 폼페이 유적지까지 다녀왔는데, 고대 도시 폼페이는 과연 인상적이었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몇 번이고 읽었더랬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이천년 전의 고도로 발달한 문명은 현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가이드가 마지막으로 얘기했듯이, 깨끗한 식수와 완벽한 목욕 설비, 빵집과 야외 오페라 극장이 있는 그곳을 그대로 복원한대도 살기에 별 불편이 없을 정도로-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인류의 진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면서 우리가 거만해하지 말아야겠다고.

거의 넘어갈 뻔 했다가- 고대 로마에는 노예가 있었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이 도시에 노예는 몇 명이었나요?
이 도시는 귀족들이 휴양 도시로 이용하는 곳이라 자유민은 별로 없었고 거의 귀족 아니면 노예였는데 2만 명 중에 한 8000명 정도가 노예였습니다.
노예도 목욕 설비를 이용할 수 있었나요?
로마는 철저한 계급 사회였고 노예는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목욕은 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좀 신기했다. 왜냐하면, 로마에서는 노예도 자유민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노력과 전혀 상관 없이) 신이 내려주신 고귀한 핏줄"이라는 개념 없이도 노예를 사람이 아닌 존재로 취급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건 아마도 잘 알려진 로마인의 실용적 사고에 기반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시키는대로 생각해보니--;) 기술의 발전으로 노예를 기계로 대체할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외에는 별로 진보라고 내세울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이나 예술같은, 문화의 '발전'은 별개로 치자.) 그리고-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여전히 노예(일하는 시간이 길다거나와는 별개로, 신체적, 정신적 자유를 구속당하는-)가 존재하는 한, 그마저도 할 말이 없겠다고.
by jumin | 2010/08/09 00:26 | 트랙백 | 덧글(0)
새끼 고양이
일주일 전에 바이올린 선생님 집에서 본 한 달 된 새끼고양이가 자꾸 눈에 밟힌다. 가만 있다가도 퍼뜩퍼뜩 생각나는 것이 무슨 짝사랑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키울 자신은 없는 것 같다.
by jumin | 2010/07/19 00:44 | 트랙백 | 덧글(3)
자랑. 잡담.
1. 어제 남자친구한테서 아이팟 선물로 받았다! :D (아이팟이 특별히 갖고 싶었던 것은 전혀 아니지만) 무척 기뻤던 것은 1) 비싼 선물이라서 2)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한 거라서 3) 나에게 맞(다고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선물한 거라서.
비싼 선물이 좋은 것은-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들여 한 노동을 그 대가로 지불하고 받은 돈을 지불하고 산 선물을 주는 것은 (여러 단계를 거치기는 했으나 결국은-) 삶의 일부를 떼어 주는 것이므로. (같은 이유로, 노력이 많이 들어간 선물도 좋아한다 :$ ) 그리고- 적어도 나는 멋진 풍경이나 재미있는 영화, 맛있는 음식은 좋아하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선물한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선물받으면 기쁘다. 아무튼, 독일어 공부하는데 유용하게 쓸거다 >_<


2. 우리 그룹에 내가 정말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외모와 말투가 우선 싫고 (아무래도 이게 주된 이유인 것 같...-.-) (완전 과장된) 웃음소리도 싫고 하는 말들마다 (말은 또 무지하게 많다) 거부감이 들어서 되도록이면 같이 있는 자리를 피하는데, 그룹이랑 같이 하는 점심 식사+티타임 때는 어쩔 수가 없다. 오늘 또 새삼 싫었던 것은 (예전에도 똑같은 이유로 새삼 싫어한 적이 있었는데-_-) '물리학자(도)로서의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꼴이 보기 싫어서. (다른 사람들은 별로 인정해주지도 않는 저 근거없는 우월감은 같은 물리학도로서 정말 쪽팔린다...-.-)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흠칫, 이를테면, 내가 정치가 축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역겹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약이지만.)


3. 잠깐 또 독일어 얘기. 독일어 문법은 워낙 복잡하지만 그 중 최악은 뭐니뭐니해도 조동사와 동사가 떨어져있는 것인 것 같다. (고등학교 때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괄호 구조'; 한 문장에 조동사와 일반 동사가 있으면 조동사는 두 번째 자리, 일반 동사는 문장의 끝으로 간다.) 정관사/부정관사의 격에 따라 형용사 어미가 달라지는 것도 어렵긴 하지만 그건 이해할 수는 있는 문제인데, 저건 아무래도 변태같다는 생각이... 조동사의 역할은 동사를 도와주는 거다. 아니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면 도와주기는 커녕 짐만 된다고. 예를 들어, 다음 문장을 보자.
"Momo hat gegen die Dieben, die die Zeit von den Leute gestohlen haben, gekaempft." (모모는 사람들로부터 시간을 훔치는 도둑들에 맞서 싸웠다.)

gestohlen haben까지 (관사 격 변화 안틀리려고 완전 신경써서) 말하고 나면 일반 동사를 벌써 말했는지 아닌지를 까먹어버리는 것이다...-_-; 며칠 전에 저 말 했을 때는 그래서 gekaempft를 빼먹었다. 그리고 반대로 말한 동사 또 말할 때도 많다. (당연히, 원래 무슨 말 하려고 했는지 까먹는 것도 있지만 그건 모든 외국어에 마찬가지일테고. 근데 독일어에서는 더 심한게 독일어는 워낙 길게 길게 말하는 게 있어서...영어로는 구로 말하면 될 것을 독일어에서는 꼭 주어 동사 다 써서 절로 말한다.) 아무튼 이건 좀 시간이 많이 지나야 익숙해질 것 같다.


4. 마지막으로 짦게 본업 얘기. Dodelson의 Modern Cosmology 좋다 :D (예전에 봤을 땐 좀 어렵게 느껴졌었는데. 지금도 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때는 몰랐던 저자의 친절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by jumin | 2010/06/30 22:19 | 트랙백 | 덧글(2)
또 독일어 이야기.
토요일에는 괴테 인스티튜트 사이트에 가면 할 수 있는 B2 인증 모의 테스트를 해봤다.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가 있는데 쓰기 반까지만. (쓰기에 두 문제가 있었는데 하나는 주제를 주면 150자 내로 자유롭게 쓰는 것, 하나는 주어진 문장의 틀린 부분을 바로잡는 문법 테스트. 머 써봤자 채점해줄 사람도 없어서 앞의 것은 띵겨먹었다.)
결과가 좀 웃겼다.
읽기에는 크게 네 문제가 있었는데, 세 개는 읽고 질문들에 대답하는 객관식, 하나는 빈 칸 채워넣기 단답형 주관식. 결과는, 객관식은 전부 맞았고, 주관식은 거의 다 틀려서, 전체 점수는 얼추 총점의 4/5 정도.
듣기에는 크게 두 문제가 있었는데, 한 개는 들리는 정보를 쓰는 것이었고, 다른 한 개는 역시 듣고 질문들에 대답하는 객관식. 앞의 것은 거의 다 틀렸고 (어... 어... 하다가 다 지나갔다-_-;) 뒤의 것은 전부 맞아서, 점수는 대략 2/3정도.
그리고 문법은 하나만 빼고 다 맞았다.

말하자면, 그야말로 여기에서도 한국식/토플식 외국어 교육을 받은 티가 팍팍 나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공부를 주로 독일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오디오 강의랑 외국애들이랑 같이 들은 수업(학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열 시간쯤 들었는데 분위기가 너무 널럴해서 솔직히 배운 건 별로 없는 것 같다-.-)으로 했는데도 그런 걸 보니, 역시 어렸을 때 교육이 중요한 거 같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내 실력에 실망을 했으니 이제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_-
by jumin | 2010/06/28 18:33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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